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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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로 두 명의 누나가 있다. 우리 집안은 유독 어른들이 아들을 선호하시는지라 태중에 있을 때 어머니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셨다고 한다. 그 당시 초음파가 활성화 되지 않았던 터라 혹시 또 딸일까봐 나를 낳고 싶어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태어난 나는 태어나자마자 손목에 혈관종이 생겨 점점 커지면서 지혈이 되지 않았고 수술도 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고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간절히 원하던 아들이 태어났는데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었다. 그래도 내가 살려고 그랬는지 어머니 꿈에 어느 노인이 나타나 손목에 붕대를 감고 절대 1달간 열어보지 말라는 말을 했고 어머니는 그대로 실행하셨다고 한다. 그 뒤로 손목을 붕대로 감은 곳에는 구더기가 생겼고, 그 구더기가 손목의 혈관종을 갉아 먹었는지 혈관종이 줄어들어 기적처럼 살았다고 한다. 지금도 오른쪽 손목에는 그 흔적이 남아있다.
그 이후에도 여러번 죽음의 고비를 넘기게 된다. 참으로 이상한 것이 수영장 물이나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한 것도 참으로 여러번이다.
그리고 그런 것보다도 질병에 의해 수많은 고생을 했다.
어려서 고열에 의식을 잃고 경기도 자주 앓았으며, 현대에도 난치성 질환인 틱장애도 겪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정신병원병동 대기실 의자에 아버지와 같이 앉아 있다가 내가 아버지께 물었던 기억이 있다. "아빠 여기가 정신병원이야? 나 미친 거야?"
나의 부친께서는 내가 행여 상처라도 받을까봐 그러셨는지 " 아니다. " 그렇게 대답하시고는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 때는 아무 말도 안했었지만 나는 그게 정신병원이었던 걸 어렴풋이 알았었다. 미친거라고, 귀신이 씌었다고, 굿도 하고 안해본 것이 없었다. 한의사가 된 지금 돌아보면 태중에 받은 충격과 여러 번의 고열 경기로 인해 정기가 약해져 그런 병이 생긴 것이었는데…….
현대의학에서는 내게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저 항경련성 약만 주는 것이었는데 그나마도 전혀 차도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었다.
그렇게 몇 년을 정신병원을 다녀도 차도가 없자 고등학교 교사였던 아버님은 병약한 아들을 위해 직접 한의서를 구해 침구학을 공부하셨고 직접 침도 놔주시고 뜸도 떠주셨다. 아버님 덕분에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필자는 내 몸에 직접 침을 놓고 뜸도 뜨면서 경혈을 공부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등 부위에 그것도 쌀알크기로 뭉친 직접구(쑥을 맨살에 대고 직접 뜨는 뜸)를 5부위(신수, 심수, 대추혈)에 9장씩 떴는데 1년이 지나자 차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가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어린 나로서는 맨살에 뜸이 타들어갈 때의 고통을 너무 참기가 힘들었다. 고통을 참느라 베개를 입에 물고 있었는데 그 베개가 다 뜯어졌었다. 정말로 그 병이 싫었고 낫고 싶은 마음에 꾹 참았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많이 좋아졌다. 약간의 남은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이모님의 권유로 사찰에서 반년정도 요양을 했다. 그 이후 틱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학창시절 부모님께 공부하라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건강하게만 커달라는 당부 외엔.
그렇게 많은 질병과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어려서부터 나는 생과 사, 질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한의사가 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가지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님이 바깥일을 하시느라 바쁘셔서 주로 햄 소시지 같은 음식들을 먹고 자랐다. 야채나 정성들인 음식보다는 그때그때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과 조미료가 듬뿍 든 음식들, 그리고는 주로 외식이었다. 게다가 콜라 1.5리터를 거의 매일 먹었다. 그 때만해도 그런 음식들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나는 대변을 하루에 서너 번 보는 것이 기본이었다. 설사도 자주 했었지만 늘 그러니 그런가보다 하고 살았었고, 지루성피부염이 생겨서 대학생활내내 머리에 커다란 딱지를 달고 살았다. 참 남보기 부끄러운 병인지라 나으려고 이런저런 연고도 많이 발라봤지만 항상 그때뿐이었다.
정말로 열심히 약에 대해 공부했다. 전국한의과대학 연합동아리에 들어가서 공부를 많이 한 한의사들에게서 처방공부도 많이 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한의원을 개원하고도 공부할 기회만 생기면 한의원 문을 닫고 찾아가 공부를 했다. 나는 내 병을 고치기 위해 공부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통이 잦았고 장난을 치다가 행여 아내가 배라도 살짝 건드리면 너무 아파서 벌컥 화를 내곤 했다.
한의사인 아내는 내가 설사를 자주하고 피부병이 있다고 먹거리에 신경을 아주 많이 써주었다. 그때만 해도 유기농제품들이 보편화되지 않았고 먹을거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드물 때였는데 아내는 그런 것부터 바꿔 나가야한다면서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생협에 가입해 유기농 음식들로 규칙적인 식사를 하게 해주었다. 외식은 정말 어쩌다 하는 것이었다.
결혼한 지 7개월쯤 되었을 때 갑자기 배꼽에서 고름이 덩어리째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는 내가 한약을 꾸준히 복용한 지 2년쯤 될 때였다. 처음에는 너무 놀랐다. 배꼽에서 고름이 나오다니…….
동의보감에서 제옹(배꼽에 생긴 종기)은 죽는다고 되어있다. 정말 내가 죽는구나 싶었다. 아내가 한 달 내내 내 배꼽의 종기를 짜고 소독해주었다. 배꼽에서 고름이 나온 지 한 달이 되자 배꼽주위 고름주머니가 강낭콩만 하게 줄어들었다. 배도 아프지 않았고 아내가 배를 꾸욱 눌러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일주일정도 지나자 고름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약간의 피가 나온 후 아물었다. 내 뱃속에 그렇게 크게 종양이 있었고 그래서 그렇게 아프고 설사를 자주 한 것이었다.
한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규칙적이고 깨끗한 식사를 하니 면역력이 높아져 종양이 곪아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뒤로 지루성피부염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나오던 커다란 딱지들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뒤로도 꾸준히 3년간 한약을 복용했고 요즘은 가끔씩 감기를 앓는다든지 할 때만 복용한다. 지금 나는 설사를 잘 하지 않는다. 그리고 배도 아프지 않다. 그리고 지루성 피부염도 깨끗이 나았다. 나는 피부질환이 내장의 질환에서 온 것임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또한 내상을 치료해야 피부가 좋아진다는 것도 몸소 체험한 것이다.
나는 나를 치료하기 위해 한의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뒤로 나는 좀 더 피부질환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여러 난치성피부질환에 대해 약물치료와 연구를 거듭해 왔다. 피부질환은 참으로 복합적인 원인들로 발병하는 질환이다.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 그러나 수십 명의 악성 아토피 환자들의 치료를 해오면서 최근에는 시간이 문제이지 치료되지 않는 아토피는 없는 것으로 확신이 서게 되었다.
최근 심한 아토피 피부염으로 우울증을 앓던 의대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일도 있었다. 피부질환은 가려움증이나 통증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외모에 있어서도 사람을 위축시키는 질환으로 심신의 고통이 배가 되는 질환이다.
서울시가 최근 6개월간 아토피성 질환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관에서도 그만큼 아토피질환을 사회공공성에 위해를 주는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예상치를 훌쩍 넘어 섰다.
조사결과 7세 이하 어린이와 영유아에서 10명 중 2명 (19.1%), 초등학생 18.0%, 중학생 10.9%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었다.
아토피가 처음 나타나는 연령은 2세 미만이 63.7%로 가장 많았고, 이어 2~4세(30.8%), 5~7세(5.5%) 순이었다.
또한 아토피를 앓는 어린이 중 절반 정도(52.3%)는 수면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알레르기 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아토피로 진단받을 확률은 약 6.9배, 천식은 약 8.7배, 비염은 약 6.8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집으로 이사한 경우에도 아토피나 비염으로 진단받을 확률이 각각 약 1.2배 높았고, 식생활 습관도 아토피 질환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아토피 환자군은 라면과 카레 섭취 빈도가 높은 반면 생선류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 아토피 환자군은 모유 수유 기간이 짧으면서 임신 중 또는 출산 후에 간접흡연에 노출된 비율이 높았다.
치료되지 않는 아토피는 없다.
나 또한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그 심정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난치성 질환을 극복해 낸 한사람의 환우로서
난치성 피부질환, 난치성 질환을 가진 환우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절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꼭 낫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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