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되면서 인류의 수명이 전반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수명 증가에 더불어 제기되는 우선적인 과제는 두 가지이다. 인간 수명 증가에 한계가 있는가? 그리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인간은 더 행복해지고 있는가? 이와 같은 의문에 답하기 위해 학계에서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현재 한계수명으로 지목되고 있는 백세인에 대한 조사를 통하여 해답을 구하는 길일 것이다. 역사 이래 거의 한계 수명으로 여겨져 온 백 살을 살아오신 백세인의 양적 증가와 이분들의 삶의 질적 양태를 분석하게 되면 점점 가까워 오는 초고령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 강구가 가능하리라고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영국의 에자티(Ezzati)팀이 2030년에 세계 최장수국이 되리라고 발표한 상황에서 코로나 19 (COVID-19) 팬데믹을 맞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 세계의 모범이 되는 방역시스템을 구축한 덕에 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현저하게 낮았고, 고령인 치사율이 높은 다른 선진 장수국과 달리 인구의 수명통계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최장수화 속도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즉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인구 초고령화가 급박하게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므로 한시라도 빨리 미래사회를 위한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목적에서 백세인 조사는 특별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의 백세인 연구는 서울대학교 의대 박상철교수의 주도하에 삼성병원 최윤호교수의 1998년 서울지역 백세인 파일롯스터디를 시작으로, 이어 2000년 서울대 인류학과 전경수교수, 사회복지학과 최성재교수와 의대 김철호교수가 국제적인 백세인 연구동향 분석조사를 통하여 체계적인 방향을 설정하였다. 본격적으로는 2001년부터 서울대의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 박상철교수를 단장으로 백세인연구단을 구성하여 전국 규모로 추진하였다. 본 연구에는 의학적 조사는 삼성병원 최윤호교수, 분당병원 김철호교수, 백병원 권인순교수, 가족조사는 서울대 한경혜교수, 생태조사는 서울대 이정재교수, 경제지리는 서울대 박삼옥교수, 사회복지는 서울대 최 성재교수 그리고 인류학조사는 서울대 전경수교수, 식품영양은 한남대 이미숙교수, 서울대 곽충실박사, 서일대 오세인교수 등이 참여하여 백세인 조사를 인문 사회 경제 지리 인류학 식품영양 및 의학팀이 총괄 참여하여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입체적 융합적 조사를 수행할 수 있었다.
본 조사는 10년에 걸쳐 3회의 전국규모조사와 6회의 특수지역조사를 추진하였다. 특수지역조사로는 장수지역과 단명지역 패턴비교, 소록도 한센인조사, 남성장수지역과 여성장수지역 비교, 대도시 경제도와 장수패턴조사 등으로 구분하여 지역별 집중조사를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2002년 구례군, 곡성군, 순창군과 담양군이 인접하면서 높은 장수도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어 장수벨트행정협의회를 구성하도록 촉구하였고 이후 이 지역을 구곡순담 장수지역으로 명명하여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하였다. 따라서 이 지역에 대해서는 단순한 장수패턴 조사뿐 아니라 다양한 장수문화관련 프로 그램도 도입하여 대한민국 최초의 백살잔치, 전국회혼례잔치, 초장수인 건강경연대회, 전국춤체조경연대회 등을 개최하여 명실상부한 장수지역의 면모를 갖추도록 하였다. 그 결과 순창군에는 전국 최초의 건강장수연구소가 설립되었고 이후 전국적인 노인지도자교육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10년을 마지막으로 한국 의 백세인 조사가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2018년 박상철교수가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로 영입되어 전남대학교 노화과학연구소의 목적사업에 백세인 조사를 추가하여 한국의 백세인 조사를 승계하도록 하였다. 전남의대 박광성 교수를 단장으로 하여 생활대 이정화교수, 의과대학 신민호교수, 윤경철교수, 김계훈교수, 김연표교수, 간호대의 김정선교수가 참여하여 우선 구곡순담 지역의 백세인의 실태조사부터 시작하였다. 이러한 조사를 통하여 21세기 들어서서 단 20년 동안에 우리나라 농촌지역, 특히 대표적 장수지역인 구곡순담의 백세인들이 엄청난 변화를 겪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백세인 조사의 근원적 출발점인 수명 증가와 이에 따른 행복도의 증진을 비교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백세인의 건강상태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패턴도 달라졌고, 장수인의 부양체계도 변화하면서 장수인 각자가 느끼는 행복도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비록 결론을 내리기는 사례의 규모나 심층적 분석에서 아직 미흡하다고 보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를 소개하는 것만도 미래장수사회 구축을 위한 대안을 강구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여 이번에 본 책을 상재하기로 기획하였다.
제1부에서는 지난 20년간 일어난 우리나라의 사회적 인구 패턴 및 질병패턴의 변화와 복지정책 특히 고령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복지제도의 거시적 변화를 정리하기로 하고, 제2부에서는 실제 조사에서 나타난 백세인들의 개인적 건강 상태와 가족 및 지역사회적 부양체계의 변화를 정리하면서 20년 동안의 변화에서 백세인들이 더 건강해졌는가 그리고 더 행복해졌는가 미시적으로 비교해보려고 시도하였다. 제3부에서는 미래장수사회를 위한 중요한 실험적 시스템의 구축과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의 미래사회를 위한 지향점을 추가하기로 정하였다. 그리고 구곡순담 지역 백세인의 생생한 모습을 소개하기 위하여 2000년 초반의 백세인 몇 분과 2018 년에 만난 백세인 몇 분의 모습을 스케치하여 이분들의 달라진 삶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비교해보도록 하였다. 소수의 사례이지만 단 20년 동안에 백세인들의 달라진 삶의 모습과 사고방식의 차이를 느낄 수 있으리라고 보았기 때문에 굳이 설명을 추가하지 않았다. 그리고 특별 사례로 100세가 넘었어도 다양한 의학적인 시술을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면서 살고 계시는 104세 백세인을 소개하였다. 의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아드님을 통하여 구체적인 치료와 시술 기록을 볼 수 있어서 과학기술발전이 인간의 수명에 긍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볼 수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질병을 고치면 장수를 누릴 수 있다는 치병장수(治病長壽)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이번에 상재한 본 책은 그 목적이 고령사회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현재 장수인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소상하게 전달하여 미래사회 구축방안을 개발하는 자료로 참고하여 활용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데 있다. 따라서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미흡하지만 국내 백세인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 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를 공개하고 차후 관심있는 제현들과의 협력연구를 소망하면서 서둘렀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또한 본 연구를 추진하고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보여주신 도움들에 감사를 드린다. 우선 본 조사는 구곡순담 장수벨트행정협의 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례군, 곡성군, 순창군, 담양군의 군수님들과 관련 직원 여러분의 지원과 협조에 의하여 이루어졌음을 밝힌다. 특히 순창군건강장수연구소의 적극적 협조에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2018년 폭염 속에서 불평 하나 없이 열심히 조사에 참여한 이현숙, 이미나, 김선아, 오영은, 이보람, 전인선 연구원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본 저서를 출판하도록 해준 군자출판사 장주연 대표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세상에 모든 일들이 함께 어우러져 도 울 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2021년 11월 26일
박상철, 박광성, 이정화
PART 1 백세인 연구와 사회적 변화
Chapter 1 왜 백세인 연구가 중요한가?
Chapter 2 고령화 추이: 통계적 변화
Chapter 3 고령층 질병패턴 변화추이
Chapter 4 노인복지정책의 변화
PART 2 백세인의 건강과 삶의 변화
Chapter 5 구곡순담장수벨트 백세인의 특성
Chapter 6 백세인의 건강: 더 건강해졌는가?
Chapter 7 백세인의 가족과 지역사회: 더 행복해졌는가?
Chapter 8 백세인 사례보고
PART 3 미래 장수사회의 지향점
Chapter 9 미래장수사회를 위한 리빙랩 구축
Chapter 10 코로나 사태 이후 장수사회의 뉴노멀
에필로그 보석에서 다이아몬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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