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서문
요즘 ‘필수의료’의 위기라는 말이 있다. 심근경색증 등의 응급 시술을 담당하는 심장내과의뿐만 아니라 응급환자를 마주하는 내과, 응급의학과 분야 등을 지칭하는 듯하다. 여기에는 24시간 긴장하고 대기하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심전도를 보고 진단해 내는 과정의 어려움 또한 한몫할 것이리라. “심전도는 너무 어려운데!” “어떻게 하면 잘 판독할 수 있지?”라는 학생, 전공의들의 볼멘소리를 들으면 내심 “열심히 심전도 10,000장만 판독해 보면 되지, 뭘!” 하고 말하다가도, 한편으로 ‘쉬우면서도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심전도 판독 교재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그러던 차 우연히 『심전도 헌터』라는 책자를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실전에 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훈련시켜주는 진료현장용 심전도 실습교재이다. 심전도의 꽃은 다양한 원인의 “어지러움, 실신”이라는 증상에서 진단과 치료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심전도를 보자마자 즉각적인 ‘패턴’으로 진단을 내려야 하거나, 각도기와 자를 가지고 ‘세밀하게 측정하여’ 진단하여야 하는 오묘한 부정맥까지. 그야말로 눈앞에 받아 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는, 자주 보지만 까다로운 심전도의 판독 방법과 나아가 그 후의 대처까지 잘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깊이가 얕은 것은 절대 아니다. 상당히 체계적이고, 정리가 잘 되어 있어 교과서로도 손색이 없다. 자주 보는 심전도부터 놓치면 낭패를 보는 ‘애매한’ 심전도까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쉬운 어체로 친절히 훈련시켜 주고 있어, 이 책을 완독하면 부정맥 심전도에 자신감을 느끼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읽는 재미도 상당하여, 한번 잡으면 몇 시간 만에 완독할 수 있을 정도이다. 다만, 이 책이 만들어진 때가 2019년이어서 유럽, 미국 등 각국의 진료지침이 최신 버전이 아닌 단점은 감안하기를 바란다. 언급이 필요한 내용은 역자주로 첨언하였으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유머스러운 표현 및 ‘격언’ 등 책 곳곳에 일본어식 표현이 등장하는데, 우리 정서상 이상스럽게 느낄 수도 있음은 이해해 주시길. 어려운 원리에 대한 해석은 잠시 뒤로 해두시길 바란다.
매끄럽지 못한 어체, 문구 등 많은 부분이 미흡하고 부끄럽기는 하나, 심전도를 어려워하는 많은 ‘비’심장내과 의사들의 실력 향상과 환자 진료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과감히 일을 하였다. 끝으로 교정에 힘써 주신 도서출판 대한의학에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024년 11월
경희대 심장내과 교수 김 원
머리말
심전도 검사에서 비심장내과 의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다음 두 가지뿐입니다.
① 허혈의 진단과 관리
② 실신·두근거림의 진단과 관리
허혈이든 실신·두근거림이든 bedside에서 필요한 것은 ‘진단’ 능력에 더해, 진단 후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하는 ‘관리’ 능력입니다. 그러나 허혈에 비해 실신·두근거림의 진단과 관리가 더 어렵다고 느끼는 비심장내과 의사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신·두근거림과 관련된 심전도에서는 부정맥 진단이라는 높은 장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심장내과 의사는 이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습니다. 허혈의 경우 ST만 보면 되지만, 부정맥의 경우 확인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이에 이 책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정했습니다.
최소한의 부정맥 진단을 할 수 있으면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해도 괜찮다.
다만, 진단을 할 수 없어도 관리는 완벽히 할 수 있게 된다.
비심장내과 의사가 모든 부정맥을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선 관리에 필요한 심전도 진단만 익히고, 눈앞의 환자에 대한 대응 방침을 결정할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Bedside에서 요구되는 심전도 책은 비심장내과 의사라도 실신·두근거림과 관련된 심전도를 관리할 수 있는 생존 가이드입니다.
이 책에 실린 증례는 실제로 비심장내과 의사들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현실의 사례들입니다. 심전도의 진단과 관리를 고민하며, 그 증례들을 가상으로 체험해보세요. 진단은 가능하지만 어떻게 대응할지 어려운 심전도가 있을 수 있고, 진단을 내리지 못했지만 대응은 해야 하는 심전도도 있습니다. 모르는 심전도나 부정맥이 있으면, 그것은 비심장내과 의사라도 관리 능력이 필요한 최소한의 부정맥이므로 반드시 익히세요. 반대로, 통독하더라도 모든 부정맥을 다 배울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말이죠….
부정맥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 못해도,
실신·두근거림을 나타내는 심전도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대응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비심장내과 의사로서 그렇게 확신할 수 있게 될 것임을 보장합니다.
Nobutaka Mas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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