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몸 담고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한의학 공부 어떻게 해야 하나요?”입니다. 제 답변은 항상 똑같습니다. “책을 많이, 또 깊이 있게 읽어야 한다.” 너무 뻔한 대답인가요? 하지만, 저 혼자만 이렇게 대답하진 않을 겁니다. 세상 어느 분야에서든 단 1년이라도 먼저 입문한 선배의 입장이라면, 학문의 정수(精髓)에 목말라하는 후배들에게 늘 다양하고 심도 깊은 책 읽기를 권할 테니까요. 이유는 아주 분명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책만큼 오랫동안, 또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 온 물건은 달리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말과 글이라는 의사소통 수단을 가지고 있지만, 정확하고도 정교한 의미 전달은 말보다 글을 통해 이루어지며, 시대를 초월하는 도구는 역시 글인 것입니다.
이어지는 물음은 백발백중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인데, 이에 대해서도 저는 거의 일률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만큼 서양 의학적 지식 습득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되지만, 역시 원전(原典)을 많이 읽어야 한다.”라고 답하는 것이지요. 혹 저와 의견이 다른 분들도 없지 않겠지만, 저는 우리는 누가 뭐래도 한의사이므로 원전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까닭에 제가 추천하는 책들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식상하게도 황제내경(黃帝內經)·난경(難經)·상한론(傷寒論)·금궤요략(金?要略)·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온병조변(溫病條辨)·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 등인데, 여기에 가장 대중적인 종합의학서로 꼽히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의학입문(醫學入門)·경악전서(景岳全書) 등이 추가되곤 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책은 장개빈(張介賓) 선생님의 경악전서입니다. 한의학 이론의 근간이 되는 황제내경에 대한 정치(精緻)한 이해 없이 절대로 펴낼 수 없는 책이 유경(類經)임을 감안하면, 경악전서야말로 이론과 임상이 결합된 한의계 최고의 서물(書物)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의학 원전은 한자(漢字)로 이루어진 소위 ‘한문(漢文)’인 탓에, 한문 소양이 부족한 요즘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접근하기가 영 쉽지 않습니다. 즉, 언어학적으로 ‘고립어(孤立語)’에 속하는 한자는 단어에 어형변화(語形變化)나 접사(接辭)가 없고, 문법적 기능은 오직 그 단어가 문장 속에 놓이는 어순(語順)이나 다른 단어와의 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까닭에, 자전(字典)까지 뒤적이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더라도 원전의 내용을 정확히 해석하고 이해하기란 몹시 힘듭니다. 동도제현(同道諸賢)들께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여러 국역본을 속속들이 내놓는 것은 동료 및 선후배들과 함께 우리 선현들의 지식·경험·지혜를 나누려는, 아울러 갓 입문한 초학자들에게 보다 손쉬운 길을 제공하려는 아름다운 배려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쏙 드는 우리말 번역본은 흔치 않습니다. 번역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약방의 감초마냥 등장하는 오탈자(誤脫字)나 오역(誤譯) 탓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번역이 갖는 본질적 특성 때문입니다. 본디 번역이란 게 출발어(source)와 도착어(target)의 관계에서의 들이밀기[直譯]와 길들이기[意譯] 사이에서의 끝없는 갈등임을 인정하면서도, 옮겨 풀이한 역자(譯者)의 문투(文套) 자체가 거북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까닭입니다. 표의문자(表意文字)인 한문을 표음문자(表音文字)인 한글로, 고립어인 한자를 교착어(膠着語)인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지만, 아무튼 매끈하게 읽혀지는 경우는 상당히 드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한의학도가 원전을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책은 현토본(懸吐本)이라 믿습니다. 한문의 구절과 구절 사이에 우리말 조사(助辭)나 어미(語尾) 등을 붙여 문장의 이해를 돕는 한편, 어려운 한자나 용어는 각주(脚註)의 친절함을 베풀어주는 책! 이런 현토본을 자꾸 되풀이해서 읽는 것이야말로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분명치 않고,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는 공자님 말씀에 가장 부합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벌써 10년 이상 장개빈 선생님과 함께 먹고 자며 생각함을 반복해 온 안영민 교수가 엊그제 실로 기쁜 소식을 전하며 정중히 추천사를 부탁했습니다. 뉴 밀레니엄의 시작과 더불어 경악 선생의 참모습을 보여주려 몸부림쳤던 안교수가 마침내 현토 경악전서를 출간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안교수는 2005년에는 경악전서를, 3년 뒤인 2008년에는 유경을 번역해 내놓지 않았습니까? 아무튼 제가 최고로 좋아하는 경악선생의 글이, 제일 선호하는 현토본의 형태로, 한 교실에서 20년 가까이 동고동락하느라 거의 친동생이나 진배없이 아끼는 후배 교수 ― 성(姓)도 같을뿐더러 관향(貫鄕)까지 같답니다 ^^ ― 에 의해 발간된다는 사실! 더구나 서문을 대신할 정도로 영광스런 추천의 글이라니, 문자 그대로 ‘불감청(不敢請) 고소원(固所願)’이지 않습니까?
이번 현토 경악전서의 가장 큰 장점은 유경에 바탕한 ‘각주’라고 생각합니다. 경악선생께서 62세 무렵 유경을 완성했고, 78세 경 경악전서를 마무리했다는 사실(史實)만으로도, 경악전서의 진면목은 유경을 근간으로 삼았을 때 비로소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황제내경을 통째로 머릿속에 담고서 환자 진료 때마다 숱하게 응용·변통했을 법한 한의사가 수많은 임상경험을 축적한 뒤 만년에서야 집대성해 내놓은 책! 바로 그 책을 ‘학이사(學而思)’를 염두에 두며 현토본으로 손쉽게 읽는 것이야말로 한의학을 공부하는 최고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출간을 위해 불철주야 애쓴 안교수의 노고에 거듭 감사드리며, 모쪼록 한의학도들의 필독서로 불리며 널리 읽히기를 기원합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신계내과학교실 주임교수
안 세 영
全書紀略 1
傳忠錄 5
脈神章 61
傷寒典 87
雜證模 131
婦人規 513
小兒則 563
痘疹詮 589
外科鈐 647
本草正 723
新方八陣 777
古方八陣 813
婦人規古方 981
小兒則古方 1007
痘疹詮古方 1027
外科鈐古方 1047
索引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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