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서문
한의사가 되어 처음 진료를 시작했을 무렵, 침 치료의 효과가 없으면 변증이 잘못됐거나 정교하게 혈자리를 찾지 못했거나 내 정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또 아픈 곳에 침 치료하는 것은 하수이며, 근본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오수혈에 원위 취혈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다. 그러나 임상 경험이 쌓이면서 과연 내가 제대로 변증하지 못하고 정확하게 취혈하지 못해서 환자가 낫지 않은 건지, 아니면 침 치료에 반응이 낮은 환자군이 따로 존재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또한 원위 취혈을 하지 않고 아시혈 만으로도 치료가 잘 되는 경우가 많아서 과연 언제 환측 혹은 건측에 치료를 해야하는지 정확한 기준을 알고 싶었다. 그러던 중 침구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전침으로 불임을 치료한 독일의 연구 논문을 읽고서 전통적인 경락학설 뿐 아니라 과학적인 원리로도 침의 작용 기전과 임상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영감을 받았다. 이때부터 침의 자극 방법에 대한 과학적 기전(scientific mechanism)과 다양한 효과에 대한 임상 근거(clinical evidence)를 공부하며 임상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공중보건의사로 한국한의학연구원에 근무하던 시절, 다른 분야의 전공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이론뿐 아니라 과학적 원리로도 침의 기전을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당시 최신 연구까지 포함한 침의 과학적 기전에 대한 한글 책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외국 서적들과 논문을 정리하여 강의 자료로 사용했고, 여기에 최신 연구들을 계속 추가하여 현재 학부생 강의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설명이 잘 정리된 참고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Medical Acupuncture 2판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 분야의 전문가이신 다른 교수님들과 뜻을 모아 번역을 시작하였다.
의학계에서 근거중심의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한의학 분야에서도 무작위대조시험이나 체계적 문헌고찰 등을 통해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침의 임상 근거들이 마련되고 있다. 이미 여러 만성통증 질환에서 침은 플라세보 이상의 효과를 가지고 있음이 밝혀져 국내외 임상진료지침에서 권고하고 있으며, 항암화학요법이나 수술 후 유발되는 오심 및 구토에 대한 내관혈 침 치료는 더이상 임상시험이 필요 없을 정도로 엄밀한 근거들이 축적되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임상에서는 통증 뿐 아니라 심혈관, 내분비, 피부, 자가면역, 암 등 다양한 질환에 침 치료가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임상 근거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경험에 의존하여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임상시험을 통해 침의 효능이나 효과가 확인되더라도 어떠한 신경생리학적 원리와 기전으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혹자는 의학 근거의 단계(hierarchy of evidence)에서 동물실험을 통한 기전 연구보다 무작위대조시험을 통한 임상 근거의 등급이 높기 때문에 침 기전 연구는 굳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침 치료가 대체의학을 넘어 주류 의학의 치료법 중 하나로서 전세계 보건의료체계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임상 근거뿐 아니라 그 효과가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작용 기전 또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본 번역서인 ‘침의 과학적 접근과 임상 활용’은 침 치료에 있어 현재까지 밝혀진 다양한 질환들의 임상 근거들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과학적 기전을 풀어냄으로써 전통적으로 사용해오던 침 치료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더 나아가 현대 의과학적 맥락에서 전통 침법을 계승 발전 시킬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원저인 는 1998년 초판이 소개된 이후, 2016년 전면 개정된 제2판이 출판되었다. 이 책은 침의 과학적 기전, 이를 바탕으로 한 임상 접근 방법, 침과 유사한 다른 치료법, 침 임상연구 방법론, 21개 질환군에 대한 임상 활용의 6가지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편에 비해 침의 과학적 기전에 대한 내용이 좀더 체계적으로 정리되었으며, 과학적 기전과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여러 질환에 대한 침 치료의 활용법을 소개하고 있다. 핵심을 잘 요약 했다기보다 다양한 관점의 많은 내용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이해하기 어렵거나 중복되는 내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신경생리학을 바탕으로 침의 기전에 대한 과학적 접근부터 근거중심의학에 따른 임상 활용까지 전반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침을 이해하거나 활용하고자 하는 의료인이나 연구자들에게 참고서로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번역에 앞서 ‘Western medical acupuncture’라는 용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다. 이 용어의 개념은 원서의 저자인 영국 플리머스 대학의 Adrian White 박사가 2009년 Acupuncture in Medicine에 기고하면서 널리 알려졌으며, 서양의학의 관점에서 침 치료를 일종의 자극으로 이해하고 생리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치료법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었다. 이는 기의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인체의 균형을 맞춘다는 전통 경락학설처럼 침 치료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하나의 관점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양의학 관점 침’으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본문에도 언급했듯이 ‘서양의학 관점 침’은 전통 경락학설을 배척한 독자적인 침법이라기 보다는 전통적인 침 치료 방식 중 현재까지 알려진 신경생리학적 지식으로 설명 가능한 내용들을 상당수 포괄하고 있다.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라는 용어도 문맥상 단순히 중국을 지칭했다기 보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전통의학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 경우 ‘전통동아시아의학’으로 번역하였다. 또한 침 치료의 교육과 임상 적용은 국가별 의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원문 내용 중 일부는 국내 의료 현실에 적용되지 않거나 역자들의 견해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밝힌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본 번역서를 읽기 바라며, 이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그 외에 의학용어는 ‘영한∙한영 의학용어집 제5판’에 기재된 용어를 중심으로 역자의 판단 하에 이해하기 쉬운 한글 혹은 한자명을 선택하였다.
끝으로 이 책의 한글판이 나오기까지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신 도서출판 한미의학 이광재 대표님을 비롯하여 양용석 부장님, 오인택 선생님, 박은기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또한 은사님이자 한국 침구학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시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이재동 학장님과 지난 1년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함께 고민하고 소통했던 강중원, 권승원, 김건형, 김태훈 교수님과 이지은, 조대현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한의사나 연구자들이 침에 대한 전통 이론뿐 아니라 과학적 기전과 임상 근거까지 폭넓게 이해하여 국내외 보건의료체계에서 침 치료의 역할이 좀더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대표 역자 이승훈
SECTION 서론 1
Introduction
1 서론 3
Introduction
2 서양의학 관점 침의 역사 11
The history of medical acupuncture
SECTION 작용기전 19
Mechanisms of action
3 침 자극의 말초적 요소 - 침의 특이적 임상 효과에 대한 기여 21
Peripheral components of acupuncture stimulation – their contribution to the specific clinical effects of acupuncture
4 뇌영상: 침의 효과를 지지하는 인간 뇌의 기전에 대한 창 55
Neuroimaging: a window into human brain mechanisms supporting acupuncture effects
5 만성 통증의 신경생리학 69
Neurophysiology of chronic pain
6 침과 자율신경계 81
Acupuncture and the autonomic nervous system
SECTION 임상적 접근 93
Clinical approaches
7 서양의학 관점 침-치료에 대한 접근 95
Western medical acupuncture-the approach to treatment
8 경혈이 없는 침 치료 119
Acupuncture without points
9 천침 129
Superficial acupuncture
10 이침 139
Auricular acupuncture
11 전침 161
Electroacupuncture
12 자가 침 치료 185
Self-acupuncture
13 보건사업에서 침 치료 통합 195
Integration of acupuncture in the health service
14 침의 안전성 207
Safety of acupuncture
SECTION 관련된 기술들 225
Related techniques
15 경피전기신경자극(TENS) 227
Transcutaneous electrical nerve stimulation(TENS)
16 레이저 침 259
Laser acupuncture
SECTION 연구 267
Research
17 침 무작위대조시험에 대한 비평적 접근 269
A critical approach to randomised controlled trials of acupuncture
18 침을 다루는 체계적 문헌고찰에 대한 비평적 접근 289
A critical approach to systematic reviews of acupuncture
SECTION 임상 적용 305
Clinical use
19 만성 통증의 침 치료 307
Acupuncture for chronic pain
20 중재관련 침 진통 335
Acupuncture analgesia for interventions
21 위장관 질환의 침 치료 355
Acupuncture for gastrointestinal conditions
22 구역 구토의 침 치료 363
Acupuncture for nausea and vomiting
23 심혈관질환의 침 치료 379
Acupuncture in cardiovascular medicine
24 신경계 질환의 침 치료 405
Acupuncture for neurological conditions
25 정신질환의 침 치료 421
Acupuncture in mental health
26 약물의존과 비만의 침 치료 435
Acupuncture for drug dependence and obesity
27 비뇨생식기 질환의 침 치료 453
Acupuncture for urogenital conditions
28 호흡기계 질환의 침 치료 467
Acupuncture for respiratory conditions
29 이비인후과 질환의 침 치료 481
Acupuncture for ear, nose and throat conditions
30 안과 질환의 침 치료 491
Acupuncture for eye conditions
31 피부질환의 침 치료 505
Acupuncture for skin conditions
32 부인과 질환과 불임 분야의 침 치료 511
Acupuncture in gynaecology and infertility
33 산과의 침 치료 525
Acupuncture in obstetrics
34 암 질환 및 완화 치료의 침 치료 537
Acupuncture in cancer and palliative care
35 류마티스질환의 침 치료 557
Acupuncture in rheumatology
36 스포츠 의학의 침 치료 575
Acupuncture in sports medicine
37 일차 진료의 침 치료 587
Acupuncture in primary care
38 치과 질환의 침 치료 603
Acupuncture in dentistry
39 수의학 분야의 침 치료 615
Acupuncture in veterinary medicine
SECTION 부록장 629
Appendix
APPENDIX 1
피부분절, 근육분절 지도 631
Dermatome/myotome maps
APPENDIX 2
경혈도 633
Meridian/channel charts
APPENDIX 3
14경락 국제표준명명법 653
Standard international nomenclature for the 14 meridians
찾아보기장 655
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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