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클리닉에서 HRV의 활용과 해석 > Psychiatry

저자 서문

“스트레스가 심해요. 신경성이라고 하던데, 제가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느끼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거죠?” 라며 심리적 괴로움을 스트레스라는 용어를 빌어 표현하는 환자들이 너무 많다.
“스트레스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하죠? 스트레스 받으면 우울증 걸리고, 치매도 온다고 하던데 제가 어떻게 관리해야 하죠?” 라고 하며 자신의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두통, 어깨 결림, 가슴 두근거림 등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들은 내과, 재활의학과, 신경과 등을 방문해서 여러 검사를 받아 보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이 ‘신경성’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온갖 검사를 다 받아 보고도, 증상의 원인은 찾지 못하고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체증상”이라는 모호한 진단이 내려지기도 한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결국 스트레스 클리닉에서 도움을 받고 나서 “조금만 일찍 알았어도,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텐데...”라며 뒤늦게 후회하기도 한다.
스트레스 클리닉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사회가 고도성장기와 경제불황을 거치면서 합리화 가속화 되었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은 떨어지면서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는 커져만 가고 있다. 경제 불황에 따르는 구조조정과 도산,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전근, 대인 관계, 육아, 몸이 아픈 가족의 간병 문제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탓에 끊임없이 긴장 상태에 놓여 있지만,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시간과 기회는 부족하다. 현대인은 부교감 신경계의 적절한 활성화 없이 지속적으로 교감 신경계만 과도하게 활성화시키며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집단적으로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트레스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그 결과를 진료에 통합시키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지, 매일의 임상 진료 현장에서 절감하게 된다. 스트레스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스트레스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다. 스트레스의 개념 자체가 광범위하고 개인 및 환경, 심리와 생리적 요소가 모두 관여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대부분의 스트레스 측정은 주관적인 자기보고척도이다.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문에 개인이 응답함으로써, 스트레스 수준이 결정된다. 이렇게 측정된 결과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스트레스에 노출된 개인과 그것을 평가하는 임상가에 의해 편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주관적인 설문 검사만으로는 건강에 미치는 스트레스의 부정적 영향을 질환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측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스트레스 평가에는 건강 위험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생물학적 지표를 반드시 함께 활용해야 한다.
현재까지 스트레스 평가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표준적 검사는 없다. 그래도, 스트레스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데에 비교적 근접해 있는 검사는 심박변이도 측정이다. 심박변이도 검사는 측정이 용이하고, 그 결과가 자율신경계의 활성도를 반영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클리닉에서 활용도가 높다. 그런데, 이것이 민감도나 특이도를 완전히 확보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심박변이도는 피검자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심혈관질환, 비만, 당뇨와 같은 내과 질환도 결과에 영향을 준다. 운동, 음주, 흡연과 같은 생활습관도 심박변이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 클리닉에서 심박변이도를 측정하고 해석할 때는 심박변이도의 생리적 기반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임상 현장에서 심박변이도가 널리 활용되고 있는 데 반해, 참고할 만한 자료는 충분하지 않았다. 심박변이도 검사를 스트레스 클리닉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과 역량이 필요한데, 이것을 간접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서적은 없었다.
이 책에는 정신건강 평가에서 심박변이도를 활용하고 해석하는 방법이 담겨져 있다. 심박변이도 측정의 원리에서부터, 실제 임상 사례들과 측정 결과에 대한 해석들이 포함되어 있다. 임상가가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복잡한 수학 이론보다는 설명과 사례 위주로 책을 엮으려고 노력했다.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임상 사례들을 접하고, 각각의 사례에서 어떠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간접 경험을 체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스트레스 클리닉에서 심박변이도를 활용한 적이 없거나, 앞으로 활용할 계획이 있는 임상의라면 이 책이 그러한 경험을 단기간에 축적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재 심박변이도 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경우라면, 심박변이도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재정비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이 출간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책이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자료를 쌓아 두고도 정리하지 못해 일이 막혀 있을 때, 이것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이 책의 공저자 민정아 선생께 감사드린다.

2015년 2월 12일
대표저자 김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