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질환자 치과진료의 임상길잡이 2판 > 임상치과

인체 생리가 인간의 사회 구조와 너무도 흡사하다는 사실에 늘 공감하게 됩니다. 사람 사이의 대화가 깨질 때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처럼, 인체를 구성하는 여러 기관 및 세포 사이의 균형과 상호작용이 손상될 때 질병이 생겨나게 됩니다. 따라서 구강이 인체의 여타 부분과는 별개의 기관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구강의 질병도 전신의 건강과 분리하여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체의 전신건강과 구강상태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구의 산업혁명 이후, 가공식품의 대량섭취와 환경오염, 정신적 스트레스의 증가 등으로 인하여 치아우식증과 치주염 등의 구강질병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으로써 치과 영역의 확대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전신의 질병을 담당하던 외과에서 치과분야가 분리되었고, 구강진료를 전담할 치과의사의 양성이 별도의 교육과정으로 독립되었습니다. 영역이 분리된 치과교육에서는 전신건강 및 질병에 대한 내용보다는 술기와 기공작업 등의 실기교육을 더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하여 치과 교육과정에서 전신질환에 대한 안목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적어지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전신질환자의 치과치료가 자칫 과도한 출혈, 감염, 쇼크 등의 이차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져 의료분쟁으로 비화되기도 하기 때문에, 치과의사들은 부득이 이를 회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의학의 발달과 사회복지 증가 등으로 점차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전신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노인 치과환자들이 증가함으로써, 다수의 전신질환자들을 위한 치과진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신질환을 가진 치과환자들이 전문화된 치과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의 치과로만 편중됨으로써 진료시간이 지체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적절한 진료시기를 놓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위중한 전신질환자는 대학병원 등의 대형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미한 전신질환자마저도 기피되는 것은 치과 자원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환자와 그 가족들이 입는 사회적 손실 또한 적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구강의 모든 질병이 전신요소와 국소요소가 연합되어 유발되는 만큼 전신질환이 있으면 치아우식증이나 치주질환 등의 구강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집니다. 따라서 이러한 환자일수록 치과의사의 도움이 더욱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치과대학 학부과정에서 구강내과학 수업시간에 전신질환자, 노인, 장애환자의 치과적 관리에 관한 학문적 이론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신질환자의 치과적 관리가 용이하지 않은 것은, 전신질환자의 관리가 구강내과학 학부교육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치과학 분야의 모든 전공과목이 협력해야 되고, 관련 의학과(주로 내과, 가정의학과, 응급의학과 등)와도 긴밀한 협의진료를 통해 임상에서 실무현장 중심으로 교육되어야 할 광범위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자 등은 치과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치과에서, 다양한 전신질환자들의 치과진료 실무 임상적 내용과 전공의 및 학생 교육경험을 토대로, 여러 전공과목(가정의학과, 구강병리학, 구강악안면외과, 치과마취 및 응급치과학, 치과보존과, 예방치과 및 장애자 치과, 통합치과진료과) 전공 교수들의 역량을 모아서, 초판에 이어 개정판을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틀은 전신질환자 치과진료의 일반적 원칙, 구강증상에 따른 전신질환의 진단, 흔한 전신질환 및 전신문제 상황의 관리로 되어 있는데, 초판에 비해 구강병리적 내용을 보강했고, 특히 심장질환, 폐질환, 암, 장애자, 장기이식, 골다공증 약문제, 임산부의 치과적 관리 내용을 대폭 보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