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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cover - 149pages
* 저자 머리말
꼭 40년이다.
1972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 인턴을 시작하였으니 의사의 길을 걸어온 성상(星霜)이 올해로 꼭 40년이다. 전공의 수련과 군의관 복무를 마치고 다시 돌아온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학교실에서 제1호 전임의로 근무하고 나서 교수로 임용된 것이 1981년이었으니 교수 생활도 30여 년을 지냈다. 척추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교실에서 나에게 주어진 분야가 통증, 척추 질환, 기능적 신경외과학 분야였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교수로 임용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께서 급성 파열성 요추간판 탈출증이 생겨 교실의 초대 주임교수이셨던 심보성 교수님께서 수술을 보조하시고 내가 직접 수술을 집도해야 했던 그 때부터 척추는 나의 길이었는가 보다. 하지만 그 길에는 나보다 앞서 나를 인도하여 줄 선험자가 없었다. 수술에 대한 정보를 얻을 길이 없었으므로 오직 책에만 의존하여 독학하다시피 척추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교과서를 보고 막상 수술을 해보면 책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하나의 수술을 완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는 너무나 많았고 나는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경험을 말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밀려 오곤 하였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의료수준, 특히 척추외과 분야의 수준은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해야 할까? 치료의 수준이나 규모가 세계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인구 대비 척추 수술 건수가 외국에 비하여 너무 많아져서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발달되고 왜곡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해야 할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마음은 처음 교수가 되었을 때와 다를 바가 없는데 주위를 돌아보면 많은 것이 변했다. 그리고 나도 벌써 정년 퇴임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내가 경험한, 그렇지만 책에는 쓰여져 있지 않은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산을 오를 때 딛고 올라서는 작은 계단처럼, 이 책이 척추 질환 분야에 종사하는 여러 전문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기를 바란다.
2012년 2월
저자 김현집
* 편집장 서문
1990년대 초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희 교실에서 매년 3월에 개최하는 연수교육 전이면 항상 선생님의 모습이 초췌해졌습니다. 이유는 강의 전에 직접 자료 분석을 하셔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김현집 교수님이 노력을 기울였던 분야들은 새로운 분야로서 후학들이 도움을 드리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다른 교수님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셨습니다. 이러한 성실함과 열정 덕분에 김현집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학교실의 척추 분야를 새롭게 정립하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적지 않은 세월 살면서 느끼는 것 가운데 하나는 원칙을 지키면서 사는 것,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면서 사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입니다. 회진을 하실 때도 항상 넥타이를 바로 매고 가운의 단추를 모두 가지런히 잠근 단정한 복장으로 병실을 찾으시는 선생님의 모습은 어쩌면 선생님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과 함께한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선생님은 후배들에게 임상의사로 사는 것이 어떠한 것인가를 말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직접 보여주셨던 것 같습니다.
김현집 교수님께서는 1981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학교실의 전임강사로 발령을 받으셨습니다. 교실의 일곱 번째 교수요원으로서 통증과 정위, 기능 신경외과 분야를 담당하셨기 때문에 삼차신경통의 수술적 치료의 대가였던 하버드 대학의 William H. Sweet교수와 척수 손상 연구의 대가인 뉴욕 대학의 Wise Young 박사에게 사사를 받으셨습니다. 하지만 해외연수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진료와 연구 분야를 확립할 당시 삼차신경통에 대한 수술의 주된 흐름은 Sweet 교수가 주로 했던 Radiofrequency lesioning에서 미세혈관 감압술(Microvascular decompression)로 넘어가고 있었고 교실에서 척추 분야를 담당할 교수가 필요하였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처럼 영상진단법이 발전하지 못하였던 1980년대 신경외과의 척추 수술은 이미 기반을 확고히 했던 정형외과와는 달리 추간판 절제술이나 후궁 절제술, 드물게 척수 종양제거술을 시행하는 정도에 불과하였습니다. 교실 내에서 개척해야 하는 새로운 분야였기 때문에 책과 논문을 참고해 가면서 홀로 시작하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널리 알려진 경추 전방접근술(cervical anterior approach), 경구강 접근술(transoral surgery), 경흉강 접근술(transthoracic approach), 후복막 접근술(retroperitoneal approach), 늑골횡돌기 절제술(costotransversectomy) 등 선생님께서 홀로 걸으시며 하나씩 이루어나가신 업적은 후학들이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산재한 어려운 여건 가운데에서 교수님은 삶의 원칙을 지키시며 변함이 없이 묵묵히 맡은 역할을 충실히 감당했고 30여 년이 흐른 지금, 교실의 척추 수술 역량은 눈부신 발전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귀감(龜鑑)’이라는 말이 흔하게 쓰이고 있지만 김현집 교수님은 실로 후학들에게 올바른 길을 걷는 의사로서 참된 귀감이 되는 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 김현집 교수님의 명예로운 정년을 맞이하여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전문인을 위한 척추수술’은 척추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김현집 교수님의 살아있는 경험담이자 철학을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엮은 것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길을 걸으신 교수님의 경험이 앞으로 척추 질환 치료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2년 2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학 교실
주임교수 정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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