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장래희망은 늘 ‘발명왕’이었다. 또래 친구들 장래희망을 ‘과학자’라고 할 때 나는 발명왕을 고집했다. 당시에도 실용화
에 관심이 컸던 것일까, 발명가도 아니고 발명왕이면 얼마나 많은 발명을 해야 되는 걸까? 그 시절 과학자는 뭘 하는지, 발명이
어떤 건지 의미를 정확히 몰랐을 테지만 발명왕을 꿈꾸었던 건아마도 윤승운 작가의 <요철발명왕>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 요철 군은 집 안에 비밀연구소를 차리고 틈만 나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 쥐 잡는 기계, 고기 잡는 망태 같은 작은 발
명품부터 시작해서 잠수함, 타임머신, 우주선 같은 대형 개발 프로젝트도 거침없이 추진했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는 <요철
발명왕>의 명장면은 주인공이 자신의 비밀 발명연구소로 들어가‘오늘은 뭘 만들까’ 고민하는 모습일 것이다. 요철이의 발명 이야
기는 언제나 이 연구소에서부터 출발한다.
2008년 전공의 3년 차 때 첫 발명특허를 출원해 보았다. 전공의 수준에서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제안한 특허로 처
음에는 조악한 수준의 발명이었다. 초기 아이디어 스케치 단계에서 동료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지도교수님의 조언을 받아 점차
그럴듯한 발명으로서 구색을 갖추어 갔다. 3년에 걸친 후속개발로 시제품 단계까지 개발할 수 있었고, 결국은 생애 첫 기술이전
까지 이룰 수 있었다. 최종 제품화에는 실패하였지만 당시 경험에서 큰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2015년 의과대학 조교수 발령
을 받자마자, 당시 조직을 재정비하던 ‘지식재산실’의 호출을 받았다. 본교(울산대학교) 산학협력단에는 기술사업화 조직이 갖추
어 있지만 병원에는 담당직원 몇 명 외에는 이렇다 할 전담조직이나 장기적 전략수립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였다. 김종재 연
구원장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영상의학과 이덕희 교수님이 병원내 지식재산과 기술이전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팀을 확충하
던 와중에 담당교수의 역할을 제안받은 것이다. 스스로가 햇병아리 교수에 불과했지만 지식재산실이 출범한 이후 팀원들의 업무
진행을 돕고 기술가치평가 자문이나 발명심사 등 실무를 경험하면서 지재권의 개념을 이해하고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눈뜨게 되
었다. 그 이후로 김재승 교수님, 강동화 교수님 등 기술사업화 경험이 풍부하고 탁월한 역량을 가진 실장님을 연거푸 모시게 되어
각기 다른 업무스타일과 추구하는 주안점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병원에서 수행되는 모든
연구의 가장 초기 결과물인 특허를 검토하고 최신 연구동향을 살필 수 있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
렇게 새로운 영역에서 고군분투하던 사이에 지식재산실은 특허출원뿐 아니라 기술이전과 제품화를 비롯한 기술사업화 전략의
전반을 담당하는 R&D 사업단으로 성장하였다. 부교수로 승진한이듬해 연구중심병원 육성과제의 총괄책임자를 맡게 되었다. 병
원의 진료역량과 연구인프라를 개방하여 실용화를 돕는 보건복지부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연구중심병원 과제를 시작한 직후 그
간의 연구성과를 발판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하였다. 교원 발령 후 10년의 기간 동안 사업단 담당교수로 8년, 연구중심병원 책임자
로 4년, 스타트업 대표로 3년을 최일선에서 경험하였다. 병원에 서 일어나는 기술사업화의 한복판에 있으면서 나름대로의 역량
과 진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병원에서의 발명과 특허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아니, 좀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왜 의료인이 특허와 기술이전을 알아
야 할까? 대학병원 교수들은 진료와 교육만 수행하기에도 이미 바쁘다. 연구의 성과물로 논문이면 충분하지 특허는 왜 내야 하
고 기술이전이나 기술사업화까지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그동안 의료 현장경험에서 보면 기업들이 우수한 의료 기술력을 바탕으
로 시장을 제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제품개발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기술은 완벽한데 시장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었거나, 건강보험수가 적용을 받을 수 없는 제품,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하지 못한 제품으로 처음 원
점에서 다시 검토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기술사업화 과정에서 의료인의 강점과 역할은 무엇일까? 의료인은 의료기기와 의약품
의 최종사용자이기 때문에 진료현장에서 미충족 의료수요를 가장 잘 이해하는 당사자이다. 제품개발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개발
자들과 토의해야 결과물이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본인이 진료과정에서 불편지점(pain point)을 발견하고 문제
를 재정의하고 해결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의료기술, 혁신의료기술이 도출될 수 있다. 따라서 의료인에게 특허
는 더욱 중요하다. 결국 의료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진료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고 만들어진 제품을 임상시험으로 검증
하고 산업체의 개발방향을 가이드해 줄 수 있다.
제발 사고 좀 치지 말고 ‘공부나 해’라는 것이 <요철발명왕>에 담긴 교훈적 결말인도 모른다. 단념하라는 충고와 호통도, 말도
안 된다는 수군거림 속에서도 요철은 ‘뭘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했다. 남들은 그것이 또 다른 걱정을 만드는 일이라 했지만 요철
은 그것이 지금의 걱정을 해결하는 일이라 믿었다. 그리고 매일매일 뭘 만들었다. 뭘 만들까? 지금은 뭘 만들어야 할까? 병원의 의
사들도 때로는 환자만 열심히 보라는 요구를 받는지 모르겠다. 물론 진료는 의사의 본분이며 존재이유다. 그렇지만 산학연병의 가
치사슬에서 의료인의 역할도 매우 크고 중요하다. 의료인들이 특허와 기술이전에 더욱 관심을 갖고 기술사업화의 중심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할수록 그간의 높은 진료성과에서 더불어 더욱 큰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믿는다.
출판 과정에서 부족한 원고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오류를 바로잡아준 울산대학교 산학협력단 산학자산운영팀 김대겸 파트장
님, 병원기반 교수창업의 정책적 방향성을 짚어주고 조사자료를 제공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김석관 박사님, 그리고 어려운 와중
에 흔쾌히 출판을 결정하고 추진한 도서출판 대한의학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2024년 11월
김성훈
추천사
다양한 기관들의 연구 기능과 분야는 필연적으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고 사회의 모든 영역은 연구개발의 산물로 발전을 구가
해 왔다. 최근 의료 분야에 있어서는 병원 중심 R&D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고 굳이 그 가운데에서도 핵심 키
워드를 들자고 하면 ‘디지털’과 ‘실용화’다.
실용화라는 개념은 결국 새로운 치료기술개발과 산업생태계활성화라는 두 가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그동안 의료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고 논문 발표 단계에서 머물고 말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병원 R&D의 한계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
함이다. 그렇다면 실용화 연구의 시발점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는데, 이에 대한 해답은 새로운 기술의 지식재산권 확
보이다.
이 책의 저자 김성훈 교수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이면서 연구자이다. 그는 이 책에서 발명왕을 꿈꾸던 어린 소년이 의학자로
성장해 가면서 의료 현장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 가운데 몸소 느끼고 배운 중요한 사실들을 ‘발명특허’와 ‘기술사업화’라는 관
점에서 기술하고 있다. 동료 및 후배 연구자들에게 특허와 기술사업화의 중요성을 본인의 경험을 포함한 다른 사례들을 들어가
며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더불어 인공지능의 본격적인 도입이 이들에 미치고 있는 지대한 영향에도 독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하였
다.
의료계에 당면한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병원 기반 R&D에 미래를 위한 열쇠가 있다 하겠다. 김성훈 교수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바쁜 사람인지를 잘 아는 나는 그가 어떻게 시간을 내어 모든 병원의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이러한 분량의 책을 준비
하였는지 놀랍기만 하다. 담겨있는 모든 내용들은 병원 연구자들에게는 훌륭한 지침서로, 산업계에 있는 동료들에게는 병원 기반
의 R&D의 특성에 대한 매우 유익한 소개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2024년 11월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 김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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