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정보학이 국내에 소개된 지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생화학과 분자세포생물학으로 대표되는 실험생물학 시대에는 데이터의 획득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일이었다. 먼저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고안해낸 후 마침내 어렵게 데이터를 얻어내서 가설검증을 위한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 주된 패러다임이었다. 하지만 바이오 데이터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바이오정보학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놀랍게도 데이터가 가설보다 먼저 찾아온다. ‘데이터는 생성되게 마련’인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쌓여가는 바이오 데이터에서 새로운 가설을 추출하고 이론적 해석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생명과학에서는 낯설기까지 한 이 새로운 패러다임도 사실은 과학의 다른 많은 분야에서는 널리 활용돼 왔다. 일기예보를 비롯한 지구과학의 상당부분은 인공위성 등을 통한 시시각각의 데이터 생성과 정보학적 해석이라는 패러다임을 따른다. 데이터 중심 패러다임은 허블 망원경이나 입자가속기에서 얻어지는 데이터에 기반한 천문학과 입자물리학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트위톨로지의 출현에서 처럼 인문사회과학 데이터도 늘 생성되는 시대가 되었다. 사실 정보학도 그 필요성보다 기술이 먼저 출현한 분야다. 사람들은 컴퓨터라는 놀라운 기술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수퍼컴퓨터와,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과 소통하고 상호작용하기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의 개발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어떤 이는 바이오정보학을 생명과학 연구를 위한 단순한 도구로 본다. 어떤 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나 통계학적 기법이라 하고, 어떤 이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소프트웨어라 하고, 어떤 이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라 한다. 본 실습서 ‘유전체 데이터 분석’은 이들과는 매우 다른 관점을 취한다. 본 실습서는 생명의 데이터 자체를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 ‘데이터과학’의 관점을 취한다. 바이오정보학은 생명의 데이터가 생성에서 소멸에 이르는 ‘생로병사’를 주관하는 학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 실습서가 ‘분석’에 초점을 맞춘 것은 잘못이다. 입문자용 실습서라는 한계로 인해 생명 데이터의 ‘흐름’과 ‘통제’의 주요 부분들을 거의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실습서 ‘유전체 데이터 분석’은 분야의 전문가를 위한 책은 아니다. 바이오정보학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접근에는 어려움을 느낀 생명과학자, 의학자, 통계학자, 전산학자, 공학자 그리고 바이오정보학 분야의 새내기 입문자를 위한 책이다. 하지만 그간의 발전으로 전문가 조차 생소한 신생 분야들이 많아져서, 전문가에게도 이 책이 간단한 안내서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전체 데이터 분석’은 2011년부터 서울의대 정보의학실과 교육과학기술부 지원 시스템 바이오 정보의학 연구센터가 주관해온 유전체 데이터 분석 웍샵(GDA 2011, Genome Data Analysis Workshop)의 실습자료를 묶음 형식으로 출판한 것이다. 각 실습은 그 개요에 해당하는 이론적 배경을 담은 한 개의 장과 뒤따르는 실습 세 장으로 구성된다. 각 실습은 데이터 소개와 분석전략을 설명한 후 마련된 시나리오를 따라 진행되는 예제에 학습 목표와 실전문제를 덧붙였다. 분야의 방대함으로 인해 윈도우즈 환경뿐만 아니라 리눅스 환경도 필요하고, 단독실행 프로그램이나 웹 서버 이용뿐만 아니라 R 프로그래밍과 간단한 스크립트도 실습도 포함되어 초보자에게는 작은 도전과제가 된다. 모든 예제는 누구나 한번은 실행해 볼 수 있는 ‘무작정 따라하기’ 식이고 실습에 필요한 대부분의 프로그램과 데이터는 DVD로 제공된다. GDA Workshop은 5일간 진행된다. 첫째 날은 유전자 단위의 발현량 프로필 구조인 마이크로어레이 유전체 발현 데이터의 특성을 다룬다. 둘째 날은 짧은 서열 및 그 패턴 관계로 구성된 차세대 시퀀싱(NGS) 데이터 구조를 다룬다. 셋째 날은 생명 분자의 네트워크 분석과, 의미론적 네트워크 구조를 갖는 온톨로지 및 생물학적 패스웨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생명과 질병 현상의 의미론적 해석을 시도한다. 넷째 날은 단일염기다형성, 복제수변이를 비롯한 유전체 서열 변이와 다양성 및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다룬다. 다섯 째 날은 새로운 형식의 바이오 데이터와 그 응용기법으로 후생유전체, 메타유전체, 개인유전체, 암유전체, 희귀질환 유전체 등을 살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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